두통은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겪는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두통의 양상에 따라 통증도, 치료법도 천차만별이다. 안정을 취하거나 진통제 복용으로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며칠씩 이어지거나, 참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두통은 원인과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 특히 특정 증상이 동반되거나 갑자기 생긴 두통은 위험한 뇌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신경과 전문의 김선경 원장(김선경삼성신경과의원)은 "특히 50세 이후 새로 생긴 두통, 시야에 문제가 있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균형감을 잃는 등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있을 때, 다치고 나서 갑자기 생기는 두통 등은 위험한 사인으로 즉시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에 김 원장에게 두통의 종류별 특징과 치료법, 뇌 질환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는 증상에 대해 종합적으로 물어본다.

두통은 흔한 증상인데, 왜 신경과를 방문해야 하나요?
두통은 흔히 생기는 증상이지만 병원에 올 정도의 두통이라면 대개 긴장성 두통보다는 편두통, 삼차신경인성 두통, 뇌출혈이나 뇌경색 같은 이차성 두통인 경우가 많습니다. 위험한 이차성 두통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신경과에 내원해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위험하지 않은 두통이라 하더라도 각각의 두통에는 일반 진통제 외에 훨씬 효과적인 약들이 있기 때문에 신경과 진료를 보시는 게 좋습니다.

두통이 있을 때마다 매번 병원을 가긴 힘들 것 같은데, 진통제를 바로 먹는 게 좋을까요? 조금 참다가 먹는 게 좋을까요?
가벼운 두통에는 진통제를 먹어볼 수는 있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거나 머리가 가볍게 아플 때마다 매번 병원에 갈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약을 먹어도 두통이 계속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져서 약만 계속 먹다가는 콩팥에도 무리가 갈 수 있고, 위험한 두통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간혹 '내 병은 내가 안다'며 진통제를 계속 드시는 분들이 있는데, 약을 먹다 보면 두통은 점점 잦아지고 더 심해지면서 약 효과가 없어집니다. 그때 병원에 오시면 약에 내성이 생긴 뇌를 씻어내고 다시 두통을 조절하느라 굉장히 고생하시게 됩니다. 너무 참지 마시고 가끔씩 먹어볼 수 있지만, 불편하면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두통도 증상에 따른 종류가 다양하다고 들었습니다. 편두통은 일반 두통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단순히 머리 한 쪽만 아프면 편두통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편두통이 있는 분들은 다른 사람보다 뇌가 예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유전적으로 뇌 자체가 예민한 경우도 있고, 호르몬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을 못 자거나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에서도 잘 유발될 수 있습니다. 특별한 냄새 같은 것에도 자극을 받아 두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지면 뇌에 있는 혈관을 자극하게 되고, 혈관이 욱신욱신 확장되면서 염증 매개성 물질들이 나옵니다. 그게 뇌간을 거쳐 중추성 두통 회로를 돌게 되면서 두통이 계속 시작되는 겁니다. 쉽게 말해 두통이 두통을 부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편두통은 오래 참을수록 더 오래 지속되고, 염증 매개성 물질에 계속 노출되기 때문에 뇌는 한 번 예민해지면 회복되는 데 몇 개월이 걸립니다. 그래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는 게 중요합니다.

군발성 두통은 '지옥의 두통'이라 불릴 만큼 극심하다고 하는데, 어떤 특징이 있나요?
군발성 두통은 삼차자율신경 두통이라고 하고, 삼차신경 중에서 눈으로 가는 첫 번째 줄기가 자극돼서 시작되는 두통입니다. 유전적으로 예민한 뇌가 술이나 담배 같은 것에 유발되면서 삼차신경이 자극돼 생깁니다. 그렇게 눈으로 가는 줄기가 자극되면 극심하게 눈 주변이나 관자놀이 주변으로 두통이 생기면서 한 쪽에 눈물이 나거나 눈이 빨갛게 충혈되거나 콧물이 나거나 코가 막히거나 눈꺼풀이 처지거나 동공이 수축되는 등 자율신경계 증상을 한두 가지 정도 포함해 발생하게 됩니다. 주로 20대 남성에게 잘 생기는데요. 한 번 생기면 하루에 한 번에서 여덟 번 정도까지 생기게 되고, 한 번 생기면 15분에서 3시간 동안 굉장히 극심하게 지속될 수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생기기도 하고 안 아픈 기간이 몇 개월씩 있기도 합니다. 특히 뇌종양 같은 질환과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꼭 감별해야 합니다.

후두신경통은 어떤 두통인가요?
후두신경통은 뒷머리 쪽에서 나오는 후두신경이 자극되면서 찌릿찌릿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두피를 만지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느낄 수 있어요. 뒷덜미보다는 뒷머리 부분으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일자목이거나 목 주변 근육이 많이 긴장되는 분들에게 특히 잘 유발됩니다. 보통 디스크로 인한 통증은 찌릿찌릿 잠깐씩 발생하는 게 아니고, 디스크 자극 유발 검사를 했을 때 양성 반응이 보이며 팔을 따라 저릿저릿한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근육 긴장으로 생기는 통증은 찌릿찌릿한 양상보다는 묵직한 통증이 더 많기 때문에 양상 자체가 다릅니다. 간혹 감별 질환으로 혈관 박리나 뇌종양도 비슷한 증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면 mri나 mra 같은 걸 촬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긴장성 두통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세요.
긴장성 두통은 목 주변을 많이 긴장시킬 수 있는 자세가 주요 원인입니다. 지하철이나 잠깐 짬 날 때 대부분 고개 숙이고 핸드폰 보고 계시잖아요. 깊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작이나 모니터를 오래 보고 있는 경우 주변 근육이 많이 긴장되면서 두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자세를 너무 오래 유지하거나 비틀린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근육 긴장을 유발합니다. 일상에서 고개를 깊이 숙이거나 모니터를 계속 봐야 하는 경우, 중간중간 어깨를 펴고 고개를 뒤로 젖혀주는 목을 c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스트레칭을 하거나 목을 좌우로도 천천히 이완시켜주는 운동을 하시면 훨씬 편합니다. 모니터를 높여 놓으시는 것도 예방 효과가 있고요.

두통이 수면무호흡증과도 연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잠을 충분히 못 자거나 깊이 못 자면 다음 날 머리가 띵하고 아플 수 있죠. 수면 무호흡증은 수면 중에 자꾸 무호흡이 생기기 때문에 잠을 충분히 깊게 못 자는 상태가 됩니다. 부비동염이 있어 코가 막혀서 잠을 잘 못 주무시는 경우도 아침에 두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뇌종양도 아침 두통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워 있는 동안 뇌압이 증가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증상이 생겼을 때는 기저질환을 치료하시면서 수면다원검사 전문의와 진료를 보시는 게 좋습니다.

많은 두통들이 위험한 뇌 질환의 신호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조심해야 할 신호가 있을까요?
50세 지나서 갑자기 새로 생긴 두통, 시야에 문제가 있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균형감이 자꾸 쏠리는 등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있을 때는 당연히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그 외에도 다치고 나서 갑자기 두통이 점점 생기는 것 같거나, 구역질이 심하거나, 열이 심하게 나면서 두통이 있는 경우는 위험 사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있을 때는 빨리 병원에 가보시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두통이 있을 때 병원에서는 어떤 검사를 하게 되나요?
기본적으로 뇌혈류 검사로 뇌 안쪽 혈관 상태를 초음파로 봅니다. 목 주변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x-ray를 찍어볼 수 있고, 영상학적으로 정확하게 보기 위해 mri나 mra를 찍어 위험한 이차성 두통을 감별할 수 있습니다. 뇌혈류 초음파는 mri 상으로 이상이 없지만 혈류 속도가 증가된 경우를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편두통 환자들은 뇌가 과흥분돼 있으면서 그런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몸이 계속 안 좋으면서 두통이나 근육통이 있을 경우 혈액 검사를 해보면 간 수치가 올라가 있거나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갑상선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어서 혈액 검사도 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두통이 심각한 뇌 질환의 위험 신호일 수도 있으니, 말씀드린 증상들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병원을 방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